[책 리뷰] 역사란 무엇인가 - E.H.카(Edward Hallett Carr).(옮김:김택현).까치글방.2015
한국 교양인의 필독서 『역사란 무엇인가』 독점계약 번역 개정판
이 책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되는 E. H. 카의 “제2판 서문”과
그와 함께 책을 집필한 R. W. 데이비스의 논문이 수록된 제2판
성균관대학교 김택현 교수의 개역판
‘단지 그것이 실제로 어떠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역사가의 고유한 목표에 대해서 그렇게 말한 랑케는 후대의 역사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그 일들이 어떠했는가를 누가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카 교수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정식화하는 가운데 역사의 ‘사실들’은 역사가들이 ‘선택한’ 것일 뿐임을 보여주고 있다. 수백만 명이 루비콘 강을 건넜지만, 역사가들은 오직 카이사르가 건넌 것만을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역사적 사실들은 그 시대의 규준에 영향을 받은 역사가들의 해석상의 선택의 결과로 등장한다.
그러나 비록 절대적 객관성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역사가의 역할은 결코 고통스러운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역사는 참으로 매력 있는 학문이다. 카의 사후에 출판된 이 제2판은 R. W. 데이비스의 새로운 자료를 포함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제2판을 위한 카 교수의 노트의 주요한 결론들과 오늘날 서구의 지식인들 사이에 퍼져 있는 비관주의와 절망의 분위기를 반성하면서 ‘보다 건전하고 보다 균형 잡힌 미래의 전망’을 요구하는 저자의 새로운 서문이 소개되어 있다.
기념비적인 저서인 『소련사』의 저자 E. H. 카는 가장 탁월한 근대사가일 뿐만 아니라 역사이론에 공헌한 가장 소중한 인물들 중 한 명이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 또는 ‘과거의 사실과 현재의 역사가의 대화’라는 것은 누구에게든 널리 회자되어온, 역사에 대한 카의 유명한 정의이다. 그러나 그 두 항목 중에서 카가 강조하는 것은 과거 자체 혹은 과거의 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역사담론과 역사지식을 생산하는 ‘현재의 역사가’이다. 이미 지나가버린,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말할 수 없는 과거의 사실들을 대화의 장에 불러들이는 것은 현재의 역사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카는, 과거는 현재의 역사가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에 따라 구성되며, 과거의 사실들이 어떠했는가보다는 역사지식을 생산하는 역사가가 현재의 사회와 현실에 대해서 어떤 문제의식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카는 역사가의 현재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의 가치관은 결국 미래에 대한 전망과 연관된다고 주장한다. 과거를 돌이켜볼 때 인간은, 비록 우여곡절은 있었더라도,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발전해왔고, 그러한 진보의 과정 자체가 인간이 합리적 이성을 지닌 존재임을 역사적으로 증명한다. 따라서 미래에도 인간의 역사는 더욱 합리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진보할 것인데, 장차 과거가 되어 있을 현재의 사회가 더 민주적이고 더 평등한 사회로 진보해갈 것이라는 이 변화에 대한 신념이 현재의 역사가와 과거의 사실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의 성격을 결정하고, 과거에 대한 역사가의 인식 내용을 결정한다고 카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개역판 역자 후기”에서
-책 소개: Yes24 (http://www.yes24.com/Product/Goods/17254345)
[목차정리]
-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 역사,과학,도덕 그리고 인과관계.
- 진보로서의 역사.
- 인식의 확대.
여러 직업을 거친 저자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여섯차례 강연한 내용을 묶어서 낸 책이다.
저자가 거친 직업만큼 역사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많은 양의 인용을 곁들인 해설로 설명하고 있다.
거의 논문처럼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줄이면 [ 역사의 '사실들'은 역사가들이 '선택한' 것 일뿐이다 ]
로 거칠게 정리된다. 그 객관성이 유지될 수 없는 일방적인 관찰의 기록은 또 다른 누군가가
활용하는 수 많은 근거가 되어준다.
과거의 사실이라는 그 진실을 담아내는 시각은 그 기록자의 문제의식과 가치관을 담을 수 밖에 없다.
그게 아무리 많은 양의 기록들이라고 한들
혹은 어떤 시대에 어떠한 방법을 써서 저장을 한들
가치관과 생각, 양심, 생활등 그 많은 주관적인 부분들이 객관성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책 내용 중 저자가 정리한 내용이 있다.
(79p)부르크하르트의 말을 빌리면, 역사란 '한 시대가 다른 시대 속에서 찾아내는 주목할 만한 것에 관한 기록'이다.
과거는 현재에 비추어질 때에만 이해될 수 있다 ; 또한 현재도 과거에 비추어질 때에만 완전히 이해될 수 있다.
인간이 과거의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리고 현재의 사회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을 증대시키는 것,
이것이 역사의 이중적인 기능이다.
기본적으로 기록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
기록되어가는 순간의 역사가 (혹은 수 많은 기록들)의 목적의식과 문제의식은 따로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역사를 현명하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그 기록된 사건의 원인을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
수 많은 원인들의 인과관계를 인지하고 시간의 배경을 포함할 때 최소한의 객관적인 사실에 다다르지 않을까.
다만. 우리는 바쁘다.
현대인들은. 놀기에도, 쉬기에도, 먹고 살기에도.
현실적으로 우리는 그 한 부분에 시간을 쏟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같은 사건, 같은 사실을 해석하고 분석한
사람들의 의도에 따라 다르게 이해하고 기억한다.
대한민국의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과 5.18 등.
일련의 현재의 일들이 이 책의 설명을 이해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었다.
매우 어려운 책이고 읽기 힘든 책이다.
멍하니 읽다 보면 뭘 읽었지도 고민하게 되고,
읽는 중에 꽂혀서 딴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는건,
내 생각의 바닥을 단단하게 다져주는 느낌이다.
책의 전부를 이해하려고 한다기 보다는
건강한 생각을 가진 현대인에게 주는 지식의 거름처럼
적절히 뽑아먹어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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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발췌.
21p
오늘날 모든 저널리스트들은 적절한 사실을 선택하고 배열하는 것이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흔히 사실은 스스로 이야기한다고들 말한다. 이것은 물론 진실이 아니다. 사실은 역사가가 허락할 때에만 이야기한다 : 어떤 사실에 발언권을 줄 것이며 그 순서나 전후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람은 바로 역사가이다.
23p
역사적 사실로서의 그것의 지위는 해석(interpretation)의 문제에 좌우될 것이다. 이 해석이라는 요소는 모든 역사의 사실에 개입한다.
25p
중세사 연구자로서 소양을 쌓은 배러클러프(1908-1984. 영국의 역사가) 교수 자신도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비록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고 해도, 엄격히 말하면 결코 사실 그것이 아니라 널리 승인된 일련의 판단들이다'라고 말한다.
42p
...결국 내가 저 앞에서 인용한 문장 속에서 조지클라크 경이 말한 결론, 즉 “객관적인” 역사적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역사란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는 이론 대신에 역사의 의미는 무한하다는 이론,즉 어떤 의미도 그것과 다른 의미보다 더 올바르지 않다ㅡ 이것은 결국 모든 의미가 거의 똑같다는 것이 되는데는 이론을 얻게 된다. 뒤의 이론이 앞의 이론만큼이나 옹호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어떤 산이보는 각도를 달리 할 때마다 다른 형상으로 보인다고 해서, 그 산은객관적으로 전혀 형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거나 무한한 형상을 가진다고 할 수는 없다. 역사의 사실들을 확정할 때 해석이 필수적인 역할을한다고 해서, 그리고 현존하는 어떠한 해석도 완전히 객관적이지 않다.고 해서, 이 해석이나 저 해석이나 매한가지이며 역사의 사실들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객관적인 해석을 내릴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46p
역사가는 사실의 잠정적인 선택에서, 그리고 동시에 그 선택을 이끌어준 잠정적인 해석 그 해석이 그 자신의 것이건 다른 사람의 것이건 간에에서 출발한다. 그가 연구하는 동안, 사실의 해석 그리고 사실의선택 및 정돈, 이 두 가지는 이러저러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미묘하고도얼마간 무의식적일 수 있는 변화들을 겪는다. 그리고 이 상호작용에는현재와 과거 사이의 상호관계도 포함되는데, 왜냐하면 역사가는 현재의 일부이고 사실은 과거에 속하기 때문이다. 역사가와 역사의 사실은서로에게 필수적이다. 자신의 사실을 가지지 못한 역사가는 뿌리가 없는 쓸모없는 존재이다. 자신의 역사가를 가지지 못한 사실은 죽은 것이며 무의미하다. 따라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첫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a continuous process of interactionbetween the historian and his facts, and unending dialogue between thepresent and the past)라는 것이다.
58p
...여기에서의 나의 목적은 다만 두가지의 중요한 진리를 설명하는 것이다 : 첫째, 여러분은 역사가 자신이연구에 들어가면서 가지게 되는 입장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그의 연구를 충분히 이해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 ; 둘째, 그 입장 자체는 어떤 사회적, 역사적 배경에 뿌리박고 있다. 언젠가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교육자 자신이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요즈음 말로 하자면, 세뇌하는 사람의 머리 자체가 세뇌되어 있는 것이다. 역사가는 역사책을 쓰기 시작하기 이전에 이미 역사의 산물이다.
71p
...나로서는 신의 섭리(Divine Providence)를, 세계정신(World Spirit[Weltgeist)'을,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을, 대문자 H로 시작되는 역사(History)"를, 아니면 때때로 사건의 경로를 이끄는 것이라고 인식되어온 또다른 모든 추상적인 힘들을 믿지 않는다 ; 그러므로 나는 다음과 같은 마르크스의 견해에 무조건 찬성하겠다.
[ 역사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지도 않으며 전투를 벌이지도 않는다. 모든 일을 행하는 것은, 소유하고 싸우는 것은 오히려 인간, 즉 현실의 살아 있는 인간이다.]
78p
...나는 지금까지도 다음과 같은 헤겔의 고전적인 정의에 더 고칠 만한 것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그 시대의 위인이란 자기 시대의 의지를 표현할 수 있고, 그 의지가 무엇인지를 그 시대에 전달할 수 있고, 또한 그것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가 행하는 것은 그의 시대의 정수(精髓)이자 본질이다 ; 그는 자신의 시대를 실현한다. ]
79p
역사가와 그의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의 과정, 즉 내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대화라고 불렀던 그 과정은 추상적이고 고립적인 개인들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 오늘의 사회와 어제의 사회 사이의 대화이다. 부르크하르트의 말을 빌리면, 역사란 '한 시대가 다른 시대 속에서 찾아내는 주목할 만한 것에 관한 기록'이다. 과거는 현재에 비추어질 때에만 이해될 수 있다 ; 또한 현재도 과거에 비추어질 때에만 완전히 이해될 수 있다. 인간이 과거의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리고 현재의 사회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을 증대시키는 것, 이것이 역사의 이중적인 기능이다.
121p
역사 연구는 원인에 관한 연구이다. 내가 바로 앞의 강연 끝머리에서 말했듯이, 역사가는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던진다 ; 그렇기 때문에 답변을 내놓고자 한다면 쉴 수가 없다. 위대한역사가 혹은 더 폭넓게 말하자면 위대한 사상가란 새로운 것들에관해서 또는 새로운 맥락 속에서 '왜?'라는 질문을 제기하는 사람이다.
140p
따라서 마르크스는 역사에서의 우연을 세 가지 측면에서 해명한 셈이다. 첫째, 우연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 말하자면 우연이 사건의 경로를 가속시키거나 또는 지체시킬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변경시킬 수는 없다는 점이 암시되어 있는 것이다. 둘째, 하나의 우연은다른 우연에 의해서 상쇄되며, 그 결과 결국에는 우연이 저절로 소멸된다는 것이었다. 셋째, 우연은 특히 개인의 성격으로 설명된다는 것이었다. 트로츠키는 하나의 기발한 비유를 통해서 우연들이 상쇄되고 스스로 소멸한다는 이론을 재차 강조했다.
143p
...역사가는 과거의 경험에서, 즉 그가 입수할 수 있을 만큼의 과거의 경험에서 합리적인 설명과 해석을 가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부분들을 추려내어, 그것으로부터 연구의 지침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최근에 어느 인기작가는 과학의 성과들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가운데 인간의 정신과정을 그럴듯하게 묘사했는데, 그에 의하면 인간의 정신은 '관찰된 “사실”이라는 넝마주머니를 샅샅이 훑어보고 나서, 그 관찰된 사실들 중에서 부적당한 것은 버리고 적당한 것은 골라내어, 그것들을 이어붙이고 본을 떠서 비로소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지식의 누비이불로 꿰맨다는 것이다. 과도한 주관주의의 위험에 빠질 수 있는 한계를 어느 정도 보여주고는 있으나, 나는 그의 말을 역사가의 정신이 작용하는 방식을 묘사한 말로 받아들이겠다.
145p
결국 역사란 역사적 중요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의 과정이다. 다시 한번 탤컷 파슨스의 말을 빌리면, 역사는 실체에 대한 인식적 지향들의 선택체계(selective system)'일 뿐만 아니라 인과적 지향들의 '선택체계'이다. 역사가는, 끝없는 사실의 바다에서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중요한 것을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수한 인과적 전후관계들 중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것을, 오직 그런 것만을 추출해낸다 ; 그리고 역사적 중요성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것은 그 전후관계를 자신의 합리적인 설명과 해석의 패턴에 합치시키는 역사가의 능력이다. 그 밖의 다른 인과적 전후관계들은 우연적인 것으로서 배제되어야만 하는데, 그 이유는 원인과 결과 사이의 관계가 특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전후관계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은 역사가에게 아무 소용도 없다 ; 그것은 합리적인 해석에 적합하지 않으며 과거나 현재에 대해서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178p
이것은 역사에서의 객관성이란 바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어떤 고정불변의 판단기준에 의존하거나 의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미래에 남겨진 그리고 역사과정이 전진함에 따라서 발전하게 되는 그런 기준에 의존하거나 의존할 수 있는 것이라는 나의 명제를 설명해준다. 역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일관된 연관성을 확립할 때에야만 의미와 객관성을 가지게 된다.
181p
우리가 어딘가로부터 왔다는 믿음은 우리가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믿음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미래의 진보능력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사회는 과거의 진보에 대한 관심도 이내 포기할 것이다. 내가 첫번째 강연의 첫머리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의 역사관은 우리의 사회관을 반영한다. 지금 나는 사회의 미래에 대한 그리고 역사의 미래에 대나의 믿음을 밝힘으로써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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